국토부 스마트시티 사업의 불편한 진실: 혁신도시인가, 세금 블랙홀인가?
화려한 청사진 뒤에 감춰진 현실
2018년 야심차게 출범한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이 수년이 지난 지금,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를 표방하며 세종과 부산에 조성 중인 이 거대 프로젝트는 '미래도시'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예산 추계의 심각한 괴리와 재정 부담 전가 문제로 '재정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1. 현실과 동떨어진 예산 추계: 정부와 민간의 극심한 시각차
세종 스마트시티의 경우, 국토부가 추정한 도시 구축비와 운영비는 각각 713억 원, 497억 원이었으나, 민간 사업자는 각각 2853억 원, 3315억 원을 제시했다. 이는 무려 4배와 6.7배의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부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토부의 서비스로드맵상 구축·운영 비용은 1474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용역 결과는 2656억 원으로 1182억 원이나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극심한 추계 차이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시사한다. 첫째, 국토부의 사업 기획 능력과 현실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거나, 둘째, 민간 사업자가 과도한 비용을 책정하여 국가 재정에 기대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의 계획 부실이다.
2. 국회 통제를 우회한 재정 지원 약속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비용 초과분을 메우기 위한 국비 지원이 국회의 적절한 통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세종과 부산시에서 추진되는 스마트도시 사업시행 합의서에 국토교통부가 1000억 원 내외의 국비 지원을 합의했다"며 "국회의 의결 없이 국가 재정 지원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명백한 재정민주주의 원칙 위반이다.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승인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거치거나 우회하려는 시도는 행정부의 독단적 사업 추진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3. 지자체에 떠넘기는 폭탄: 지속가능성의 부재
스마트시티 사업의 또 다른 치명적 문제는 장기적 지속가능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간 사업자가 10년간 서비스를 제공한 후 철수하면, 그 이후의 운영과 유지보수는 전적으로 지자체가 떠안아야 한다. 이는 지방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세종시는 민간 사업시행자가 선정되었음에도 자체 심사를 진행 중이며, 부산시도 확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래의 재정 부담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4. 실집행률 급감: 이미 실패를 예고하는 신호
사업의 부실함은 실집행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집행률은 2020년 24.8%, 2021년 18.3%, 2022년 2.8%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는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다.
야심차게 시작한 국가 시범사업이 3년 만에 실집행률 2.8%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은, 이 사업이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전시행정'이었음을 방증한다.
5. 기술 중심주의의 함정: 시민 없는 스마트시티
국토부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근본적으로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도시에 접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정작 그 도시에서 살아갈 시민들의 실제 필요와 요구는 간과하고 있다.
진정한 스마트시티는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서 그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사업 구조는 거대 IT 기업들의 실험장이자 수익 창출의 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결론: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
국토부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이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화려한 미래도시라는 구호 뒤에 숨은 예산 낭비, 책임 회피, 지속가능성 부재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첫째, 현실적이고 검증 가능한 예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비용 추계가 수 배씩 차이 나는 현 상황은 사업 계획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둘째, 국회의 적절한 통제와 감독 하에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의 명확화가 필수적이다.
셋째, 지자체와 시민이 주도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사업 추진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넷째, 기술 중심이 아닌 시민 중심의 도시 설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스마트시티의 '스마트'는 기술의 첨단성이 아니라 시민의 행복과 편의를 얼마나 '스마트'하게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를 외치며 시작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과 겸손한 반성이다. 더 늦기 전에 이 거대한 실험을 멈추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도시가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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