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6일 수요일

규제의 족쇄에 묶인 K-자율주행, 미래를 놓치고 있다

 

규제의 족쇄에 묶인 K-자율주행, 미래를 놓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급속도로 뒤처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1위 자율주행 기업의 일본 이전 검토 소식은 우리나라 자율주행 정책의 심각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1) 이는 단순한 기업의 해외 진출이 아닌,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이 얼마나 혁신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한국은 과도한 규제와 복잡한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1. 참담한 글로벌 경쟁력 현주소

한국 자율주행 기술의 글로벌 위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4년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평가 결과,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2) 웨이모와 바이두가 1, 2위를 차지하는 동안, 한국의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겨우 11위에 머물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운행 데이터의 격차인데, 한국 누적 운행 1위 업체의 거리가 중국 바이두의 220분의 1에 그쳤다는 사실이다.3) 이는 점점더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핵심인 실제 도로 데이터 축적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정책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국내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은 선도기업 대비 뒤처져 있으며, 핵심 부품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4) 이러한 기술적 열세는 단순히 기업의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이 기술 개발과 실증에 필요한 환경 조성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2. 규제 중심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 정책은 여전히 규제와 통제에 치중되어 있다.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대학 등에서 시험요건을 맞추지 못하거나 서류 미비로 반려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표현 자체가 기존 절차의 복잡성을 방증한다.5) 복잡한 규제와 제도적 장벽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

정부는 스마트시티와 같은 제한된 지역에서의 시범운행지구 중심의 제한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시티와 같은 제한된 지역이라면 2024~2025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업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극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7) 이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핵심인 실제 도로에서의 데이터 축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3. 해외와의 정책 철학 격차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정책과 한국의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실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8) 미국 연방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전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자동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여 '기술혁신'과 '국민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9)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더욱 과감하다. 바이두가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호출 택시 '아폴로' 100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10) 한국이 여전히 시범운행에 머물러 있는 동안 중국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 철학의 차이는 기술 격차로 직결되고 있다.

4. 산업 생태계 붕괴 위험의 현실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의 붕괴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면 한국 생태계 붕괴할 수도"라는 업계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다.11) 한국 1위 자율주행 기업의 일본 이전 검토가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 기업들이 규제에 발목 잡혀 있는 사이, 포니AI 등 해외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여 임시운행 허가를 받고 있다.12) '중국의 웨이모'로 불리는 포니AI가 작년 말 정부로부터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7월 차량 공식 공개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빠르면 혁신, 늦으면 비용"이라는 업계의 한 목소리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13) 자율주행차 도입이 늦어지면 관련 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붙이면서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14)

5. 정책 전환의 시급성

"자율주행 정책, 규제 줄이고 지원 더해야"라는 업계의 요구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15) 안전성 논란이 부각되고 있으나,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법제도, 국제표준 및 공통지침 등의 정비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사고 예방 및 감소, 환경문제 해결 등을 위한 혁신적인 분야로 인정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지속적 R&D투자 및 정책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로 인한 발목 잡기가 계속되고 있다.16)

정부는 규제에서 지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과감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제한된 지역에서의 시범운행을 넘어, 실질적인 데이터 축적이 가능한 수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한국만의 특수한 기준보다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결론

한국 자율주행 산업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내 1위 기업의 일본 이전 검토는 우리 자율주행 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이며,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선택이 아닌 국가 정책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탄이다.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은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결국 산업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는 것은 단순히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중국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미국은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규제의 족쇄를 풀고, 혁신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지원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자율주행의 미래는 없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각주

<sup>1)</sup> 한국경제, "한국 1위 자율주행 기업, 일본 이전 검토", 2025.8.6
<sup>2)</sup>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평가 보고서, 2024
<sup>3)</sup> 자율주행 업계 운행 데이터 비교 분석, 2024
<sup>4)</sup> 국내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분석 보고서, 2024
<sup>5)</sup>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가이드라인, 2024
<sup>6)</sup>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 인터뷰, 2024
<sup>7)</sup>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상용화 전망 분석, 2024
<sup>8)</sup> 미국 자율주행 정책 전망 보고서, 2025
<sup>9)</sup> 미국 연방도로교통안전청(NHTSA) 자율주행자동차 가이드라인
<sup>10)</sup> 바이두 아폴로 서비스 런칭 관련 보도, 2024.10
<sup>11)</sup> 자율주행 업계 전문가 인터뷰, 2024
<sup>12)</sup> 포니AI 한국 진출 관련 보도, 2024
<sup>13)</sup>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 발언, 2024
<sup>14)</sup>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분석 보고서, 2024
<sup>15)</sup> 자율주행 정책 개선 요구 관련 보도, 2024
<sup>16)</sup> 자율주행 산업 정책 분석 보고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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